빌어먹게 우울하다
우울한 이유를 대라면 갖가지 걸 댈 수 있지만
몸이 편해서 같다
아직도 다른 생각 할 여유가 있는 몸뚱아리인지
잡념과 상념에서 벗어나질 못하겠다
몸이 편한 까닭이다
개같은 내성발톱땜에 고름이 배어나오고 계단에서 균형을 잃어
발허리뼈가 욱씬거린다
오른 발이라고 멀쩡하지는 않고 가운데 발가락이 바닥에 찧어 괴로움을 토한다
그럼에도 몸이 편한가 보다
붉게 부어오른 발가락을 움켜쥐고 발톱을 짓눌러도 보지만
잠깐 아프고 말 뿐이다
이리저리 헤집어 속을 다 버려놔야 정신이 맑아질 것만 같다
몸이 편한 까닭이다